게임 삭제했다

제목 그대로다. 게임을 삭제했다. 오늘의 로그인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게임을 삭제했다.

게임을 삭제하는 데에는 분명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러 이유가 서로 얽히고 얽혀 복잡한 관계로 뭐라 딱 떨어지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를 한 마디로 종합해 말하자면, '게임에 흥미가 떨어졌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역

게임을 삭제하기로 마음먹은데 있어, 오역은 가장 큰 이유였다.

처음에 난 그것들이 재창작 수준의 오역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대사를 번역할 때, 화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파악 없이 번역해서 생긴 일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 정도 일은, 다른 게임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니까.

그런데 여러 커뮤니티가 게임 내외의 번역을 중국어 및 외국어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며 불타오를 때 올라온 글 몇 개를 보니, 세상에 맙소사, 내가 본 건 단순한 오역이 아니라 있어야 할 단어를 빼먹거나 없던 단어를 집어넣는 등, 차라리 재창작이라 불러야 할 수준의 오역이었더라.

결국 커뮤니티들이 불타 오르다 못해 각 스토어의 평점을 1점대로 떨어트리니, '앞으로 오역 고쳐나갈게요'라는 공지를 오후 11시라는 늦은 시각에 부랴부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아, 이 녀석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여기서 일이 잘 끝났으면 오역 문제도 그저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각종 번역이 업데이트된 후, 번역 문제가 잘 해결되었나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가 예전에 했던 것처럼, 다른 언어와 교차 검증을 한 후, 그 결과를 글로 적어 올렸다. 그 글에 따르면, 번역 업데이트를 했음에도, 여전히 이전과 비슷한 패턴으로 잘못 번역된 문장이 이전과 비슷한 빈도로 나타남이 확인되었다. 기존 번역 업체를 그대로 쓴 것이 아닌 이상, 일어날 리 없는 일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때의 공지는 '앞으로 잘할게요'의 의미가 아니라 '실수한 것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주면 그중 일부만 적당히 고칠게요'라는 의미였다는 것을.

할 것이 없다

게임에서 할 것이 별로 없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별로 없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원신 역시 마신 임무(=개척 임무)와 전설 임무(=동행 임무)는 1회성 임무였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 별 불만이 없다. 이벤트의 스토리 역시 나쁘지 않고.

하지만 이벤트의 또 다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벤트 콘텐츠가 정말 별로였다. 다른 이벤트 콘텐츠는 그럭저럭이라고 해도, 이번 이벤트, '지하 보물찾기'의 콘텐츠는 정말 별로였다.

 

일반적으로 이벤트를 할 때 사람들이 주로 노리는 것은 유료 재화일 것이다. 원신에서는 그것이 '원석'이고, 스타레일에서는 '성옥'이다.

스타레일의 이번 이벤트, '지하 보물찾기'에서 성옥 보상을 모두 획득하기 위해서는 모든 스테이지를 보통 난이도로 한 번, 어려움 난이도로 한 번, 총 두 번 완료해야 한다. 스테이지의 길이가 짧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스테이지의 길이는 제법 되는 편이다.

그에 반해, 원신의 이벤트는 대체적으로 원석 보상을 모두 획득하려면 어려움 난이도를 단 한 번만 완료하면 된다. 어려움 난이도를 완료하면 자동으로 보통 난이도의 보상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지의 길이 역시 적당하다면 적당하다.

 

한마디로 불편하다. 쓸데없이 지루하고 길다. 하기가 싫다.

시뮬레이션 우주와 망각의 정원? 원신의 나선 비경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그걸 과연 하겠는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스타레일을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영상 때문이었다.

아빠 없어. 엄마도 없어.

이 영상을 보고 시작한 게임인데, 내 기대에 미치진 못한 게임인 것 같다.

뭐… 대략 반년이나 일 년 정도 있다가 다시 오면 그때에는 이 게임에 할만해지지 않을까? 그때까지는 그냥 게임을 삭제해 둔 채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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