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갤럭시 S8+을 3년가량 쓰고 있다. 그 이전에 쓰던 게 갤럭시 S4 LTE-A였으니까, 그 당시에는 굉장히 감개무량한 기기 변경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다짐했던 것이 있다. '다시는 루팅이나 커스텀 롬 같은, Knox 카운터가 깨질 만한 행동은 하지 말자!'
어림도 없지. 스마트폰을 순정 상태로 쓴 지 2년 반 정도가 지나니까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부풀어 올랐다. 배터리 스웰링이었다. 정확히 2주 후에는 충전 케이블이 고장 나 타버렸다. 하나같이 사람 속을 새카맣게 태우는 문제였다.
두 문제 모두 토요일 늦은 오후가 돼서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의 서비스센터는 이미 문을 닫은 후였기에 꼼짝없이 다음 주 월요일 아침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전혀 쓰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월요일이 되고 서비스센터가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 배터리와 충전 케이블을 교체했다.
여기에 쓴 왕복 교통비와 배터리 교체 비용, 새 케이블 구매비용이 통장에서 실시간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니 스마트폰을 갈아치우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도 절실하더라.
그렇지 않아도 미운털이 박혔는데, 이제 갤럭시 S8+이 더 이상의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자, 처음 다짐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삼성이 One UI에만 야매로 다크 모드를 지원한 것과 다르게 안드로이드 10은 여러 매력적인 기능과 함께 정식으로 다크 모드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제 내 갤럭시 S8+은 안드로이드 10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없다.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지원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Knox 카운터를 깨버렸다.
Knox 카운터를 깨기 전, 어떤 커스텀 롬을 쓸지 결정하기 위해 XDA를 뒤져보았고, hadesROM을 선택해 사용하게 되었다.
hadesROM의 제작자는 갤럭시 S8+을 비롯한 여러 스마트폰을 위한 공식 TWRP를 빌드한 사람이기 때문에 실력 있는 제작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hadesROM에 추가하거나 개선한 점 역시 마음에 들었다. Knox 카운터가 깨지면 보안 폴더와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데, hadesROM에는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새로운 업데이트가 없다.
게다가 hadesROM의 기반이 된 안드로이드 파이가 정식으로 다크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점 때문에 정식으로 다크 모드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10 기반 커스텀 롬을 쓰고 싶어졌다.
XDA를 뒤져서 안드로이드 10 기반의 여러 커스텀 롬을 써보았다. Lineage OS 17.1도 써보고 Evolution X도 써보고 havoc-OS도 써보았다.
하지만 Lineage OS 기반의 커스텀 롬을 쓰려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바로 통화와 문자 수발신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겪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통화도 할 수 없고 문자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에라이, 안드로이드 10 쓰레기네!'라고 생각하며 다시 hadesROM으로 돌아갔다.
한참 나중이 돼서야 통신사 고객센터에 연락해 VoLTE 기능을 해지하면 다시 정상적으로 통화와 문자 수발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이후는 방랑의 연속이었다.
삼성 펌웨어 기반의 커스텀 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영역에 한국 CSC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해외 커스텀 롬 개발자들은 다른 나라의 CSC는 넣어도 한국 CSC는 포함하지 않은 경우가 잦아 MMS를 수신할 때 직접 데이터를 켜야 하거나 후후를 통한 스팸 차단을 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답답해서 내가 직접 한다'라는 생각에 내가 직접 순정 펌웨어에서 한국 CSC를 추출해 TWRP에서 플래싱 가능한 ZIP 파일로 만들었다.
해당 ZIP 파일은 시스템 영역에 있는 모든 CSC를 삭제한 후 한국 CSC를 설치하는데, 스크립트를 잘못 짜 시스템 영역의 모든 파일이 삭제되거나 한국 CSC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렇게 덤덤하게 '그런 일도 있었지'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한국 CSC ZIP 파일을 플래싱하고 스마트폰을 재부팅했더니 SAMSUNG 로그가 20분 동안 날 반겨주는 상황이라면 아마 누구라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VoLTE를 해지하면 안드로이드 10 커스텀 롬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havoc-OS를 한동안 썼었다.
DPI를 441로 설정하면 UI의 크기가 삼성 펌웨어를 쓸 때와 비슷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정말 행복한 안드로이드 10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havoc-OS에는 제대로 된 AOD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안드로이드 10에도 AOD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AOD라고 부르기 부끄러울 정도의 기능이었다.
안드로이드 10의 AOD는 화면을 한 번 터치해야만 나타났고, 이를 항상 표시하도록 하는 기능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 배경 화면조차 삼성의 AOD는 검은색을 써 전력 소비를 최대한 막은 데에 비해 안드로이드 10의 AOD는 잠금화면의 배경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에 비해 havoc-OS의 AOD는 시계 크기가 삼성의 것과 비교해 조금 작을 뿐이었던지라, 정말 마음에 쏙 드는 AOD였다.
그러다가 다시 순정 펌웨어 기반의 커스텀 롬으로 돌아가게 된 이유는 의외로 싱거웠다. 바로 Android Auto 때문이었다.
Android Auto 앱을 차와 연결하려는데 어째서인지 차가 내 스마트폰을 인식하지 못한다. 스마트폰의 설정을 확인해 보니, 어째서인지 몰라도 스마트폰이 차와 연결되면 무조건 충전 전용 모드로 변경이 된다. 기본 연결 설정이 데이터 전송을 허용하게 되어있는데도 말이다.
Android Auto를 쓰려면 데이터 전송이 허용되어야 하는데, 스마트폰이 충전 전용 모드로 변경되어 데이터의 전송을 허용하지 않으니 Android Auto가 차와 연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나는 그나마 Android Auto가 잘 작동했던 순정 펌웨어 기반의 커스텀 롬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잠깐 Android Auto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해 보자.
나는 Android Auto가 기어가 P가 아닐 경우 오직 음성 인식을 통한 조작만을 허용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조작할 수도 있고, 신호를 기다리느라 잠깐 멈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기어를 P에 두어야만 화면 조작이 가능한 것은 너무한 처사이다.
듣기로는 차를 분해해서 특정 케이블을 그라운드에 물리면 이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
다시 순정 펌웨어 기반 커스텀 롬으로 돌아온 후, 나는 horizonROM OneUI에 정착했다.
hadesROM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제작자가 hadesROM을 더 이상 업데이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horizonROM은 가장 최근의 보안 업데이트도 꼬박꼬박 반영하고 있었다. 다른 커스텀 롬인 Alexis ROM에서 있었던 문제 역시 발견할 수 없었다.
Alexis ROM을 사용할 때 Sound Assistant와 관련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안드로이드의 기본 볼륨은 총 15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Sound Assistant를 이용해 볼륨의 단계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Alexis ROM은 소리 처리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라도, 이렇게 볼륨 단계를 늘려도 현재 볼륨이 전체의 1/15 이상이 되지 않으면 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즉, Sound Assistant가 Alexis ROM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horizonROM에서는 그런 문제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는 것이 궁극의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옛날의 커스텀 롬의 역할은 스마트폰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하기 더 좋게 해주는 역할이었지만, 지금의 커스텀 롬의 역할은 사용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기 전까지 조금 더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의 역할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커스텀 롬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가 헛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스마트폰을 조금 더 오래 쓸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갤럭시 S4를 쓸 때만 해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풍족하던 커스텀 롬 환경이 이제는 전멸하다시피 한 것을 보니 조금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