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존 티스토리 블로그의 글을 새로운 블로그에 모두 옮겼다.
티스토리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건 작년 10월이었다.
티스토리가 약관을 변경한 작년 1월 이후, 난 내 블로그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평소 AdGuard를 쓰고 있어, 내가 보는 화면에 있던 모든 광고 영역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AdGuard를 비활성화하고 내 블로그에 방문해 보니, 내가 추가한 Google AdSense 광고 위에 또 다른 Google AdSense 광고가 붙어 있었다. 티스토리가 추가한 것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티스토리가 내 블로그에 광고를 추가하는 것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다. 오히려 여태껏 광고 추가 없이 블로그를 운영하게 해 줬던 티스토리가 대단한 것이다. 개발 비용이나 서버 운영 비용이 어디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티스토리가 그 광고 수익으로 더 발전해 내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면, 나도 좋고 티스토리도 좋은 Win-Win 관계가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티스토리가 추가한 광고의 크기가 너무 컸다. 기존에 내가 추가했던 광고의 크기도 큰 편이었는데, 티스토리는 그것과 동일한 크기의 광고를 내 광고 위에 추가했다. 그 탓에 본문이 밑으로 밀려나, 스크롤을 해야만 본문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형식의 광고 배치는 내가 싫어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Google AdSense의 약관을 위반하는 것이기도 했다. Google AdSense의 약관은 이렇게 한 부분에 광고 여럿을 배치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티스토리의 광고나 내 광고 둘 중 하나를 제거해야 했는데, 개정된 티스토리의 약관은 내가 티스토리의 광고를 변형하는 걸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제거해야 할 광고는 자연스럽게 내 광고가 되었다.
내가 기존에 광고를 추가한 곳은 본문의 맨 위와 맨 아래, 단 두 곳이었다. 그중 하나를 제거한다는 건 내 광고 수익이 절반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평소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내 광고를 제거했겠지만, 최근 티스토리가 보여온 영 만족스럽지 않은 행보 때문인지, 반감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티스토리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약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막상 티스토리를 떠나려 하니, 그동안 티스토리가 나 대신 처리해 준 문제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일단 제일 큰 문제는 '블로그를 어디서 운영할 것인가'이다.
블로그에는 두 종류가 있다.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 같은 '서비스형 블로그'가 있고, 서버를 직접 빌리고 그 위에 블로그 소프트웨어를 돌려 블로그를 운영하는 '설치형 블로그'가 있다.
현재 멀쩡하게 운영되는 서비스형 블로그는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있는 서비스형 블로그도 무료 요금제에선 제약이 매우 컸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서비스형 블로그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서비스형 블로그를 제외하면 남는 건 설치형 블로그밖에 없다. 설치형 블로그는 반드시 서버를 필요로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Oracle Cloud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Oracle Cloud에서 Always Free 티어의 서버를 쓴다면 절대로 돈을 나가지 않게 된다. 처음 등록할 때 카드 정보를 요구하긴 하지만…
이제 남는 건 '어떤 블로그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것인가'이다.
제일 먼저 시도해 본 건 워드프레스(WordPress)였다. 지금 워드프레스는 '블로그 소프트웨어'라기보다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확장되었지만, 그 근본은 여전히 '블로그 소프트웨어'니 말이다.
제일 걱정된 건 테마였다. 워드프레스 테마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싼 편이고, 무료로 제공되는 테마는 기능이 빈약하거나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워드프레스 설치를 완료한 후,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별달리 추가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넘나들 때마다 최소 3초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검색엔진은 페이지 로딩 시간이 긴 사이트의 점수를 사정없이 깎기 때문에, 워드프레스는 사용하기 힘들다 판단했다.
아마 워드프레스처럼 PHP를 사용한 블로그 소프트웨어는 전부 이와 비슷할 것이기 때문에, Rhymix 역시 사용을 포기했다.
그다음 시도해본 건 Ghost였다. PHP가 아닌 Node.js를 기반으로 하는 데다, 워드프레스와 달리 순수 블로그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었다.
Ghost 역시 테마가 걱정되었지만, 기본 테마인 Casper를 개조하면 쓸만할 것 같다 생각했다.
하지만 블로그 글을 옮길 때 문제가 발생했다. 사진을 업로드할 때 무조건 연월별 디렉터리에 업로드하는 건 사진 파일 이름을 미리 변경해두면 되니 참을 수 있지만, 과거 연월별 디렉터리에 업로드가 절대로 불가능했다. 과거에 쓴 글을 옮기는 만큼, 사진 역시 과거 연월별 디렉터리에 업로드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공식 포럼에 질문을 올려도, '서버 시간을 과거로 돌려라'와 같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만 돌아왔다.
Ghost 역시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서버를 초기화했다.
이제 남은 설치형 블로그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설치형 블로그가 존재는 하지만, PHP 기반이거나 기능 혹은 테마가 빈약했다.
이제 남은 건 정적 사이트 생성기(Static Site Generator)를 이용해 직접 HTML/CSS/JS 파일을 만들고 그걸 서버에서 직접 뿌리는 방식밖에 없다.
SSG를 이용하면 서버에서 페이지를 생성하는 대신, 미리 생성된 페이지를 뿌리기 때문에, 페이지 로딩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SSG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Hugo였다. 몇 년 전, 다른 목적으로 SSG를 고를 때가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Hugo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 Jekyll: 내가 잘 모르는 Ruby 기반이라, 쓰기 힘들다.
- Gatsby: 난 React를 써본 적이 없다.
- Hexo: 내 마음에 드는 테마가 없다.
하지만 Hugo는 적당한 테마를 찾을 수 있었다. 이미 한 번 써본 경험이 있는 SSG였기 때문에, 적응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작년 10월부터 천천히 기존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던 글을 다시 써서 새로운 블로그에 옮겼다. 그리고 오늘이 돼서야 모든 글을 옮기게 되었다.
아, 정말 긴 여정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