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디 욕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곳곳에 먼지가 쌓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늘 스마트폰을 청소하기 위해 케이스를 벗겼다.
그런데 스마트폰 뒤판이 이렇게 쩍 벌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이거, 배터리 스웰링 아냐?'였다.
물론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의 배터리는 소모품이므로, 전자기기를 오래 사용한 탓에 배터리의 수명이 다 되었다면 이렇게 배터리가 부풀 수 있다.
하지만 이 스마트폰은 산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스마트폰이다! 심지어 처음 살 때 계약한 약정에 아직도 묶여있는 스마트폰이라고.
갤럭시 S8+를 쓰기 전 사용했던 스마트폰은 6년 전에 산 갤럭시 S4 LTE-A였다.
스마트폰을 산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비정상적으로 배터리의 발열이 심하고 화면에 붉은색이 도는 문제 때문에 서비스 센터에 간 적이 있었다. 서비스 센터에서는 배터리가 과전압 상태라며, 배터리를 무상으로 교체해 주었다. 그 후, 여태껏 S4 LTE-A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스마트폰을 S8+로 바꾼 후, S4 LTE-A를 평소 전자기기를 험하게 다루는 동생에게 '네 마음대로 써라'라며 던져줬음에도 S4 LTE-A는 화면에 금 간 것 하나 없이 멀쩡하다. 배터리 역시 멀쩡하고 말이다.
물론 보호 필름과 외장에 긁힌 자국이 조금 생기긴 했지만, 그건 스마트폰에 케이스를 끼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잘 모르겠다.
일단 스마트폰의 전원을 끈 상태에서 무거운 책으로 스마트폰의 뒤판을 눌러 뒤판이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래도 괜찮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걸 토요일인 오늘 오전에 발견했으면 당장에라도 서비스 센터로 달려가 해결했을 텐데, 하필이면 토요일의 늦은 오후에 이걸 발견한 탓에 서비스 센터가 열리는 월요일까지 이틀을 불안에 떨면서 보내야만 한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는 것은 덤이고.
추가:
결국 월요일이 되어 스마트폰을 수리받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비스 센터에서는 배터리 안에 가스가 차 부풀어 오르는 '배터리 스웰링 현상'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배터리는 교체했지만, 그다음으로 내가 걱정한 건 갤럭시 S8+의 방수 성능에 문제가 생기는 가였다. 방수 처리가 된 뒤판을 뜯어내고 배터리를 교체했으니, 방수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다행스럽게도 서비스 센터에서는 고객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기 전, 방수 성능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돌려준다고 했다.
방수 성능을 보장하는 접착제를 가열해 뒤판을 떼기 쉽게 한 것인지, 중간에 수리 기사님이 "이거 잠금 좀 풀어주세요"라며 내게 건넨 스마트폰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그래도 옛날 갤럭시 S4 LTE-A를 쓸 때 느꼈던 발열보다는 덜하지만.
수리가 모두 끝난 후, 수리 기사님이 이것저것 기기 내부에 기록된 통계를 보여줬다. 문제가 되었던 배터리는 완충 횟수가 약 100회 정도였으며, 수명은 83%가 남았다고 나와 있었다.
별로 오래 쓰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배터리가 부풀었다, 이거지…
결과적으로는 모든 것이 잘 풀렸다. 이제 이 스마트폰을 2년 동안 또 잘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