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품들이 땡기기 시작한다

최근 들어 애플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비단 이번에 불거진 'GOS 게이트'니 뭐니 하는, GOS 문제뿐만은 아니다. 물론, GOS 문제가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뿐만이었다면 내가 애플 제품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로 태블릿 때문이다.

사실, 나에게 있어 태블릿 PC는 상당히 애매한 존재이다.

태블릿이 있어도 PC가 있으니 별로 쓰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PC를 쓰자니 '아, 이럴 때 태블릿을 쓰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나 침대에서 일어나기 귀찮을 때. 따뜻한 이불 속 좋아.

 

예전에 태블릿 PC를 아예 사용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옛날에 넥서스 7을 구매해서 사용해 본 적이 있으니까.

구매할 적에는 나쁘지 않은 스펙과 괜찮은 가격대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결국 내가 넥서스 7의 사용을 그만두게 된 결정적 이유가 있었다.

화면 크기가 너무 작았다. 처음 살 때는 '7인치 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무선 키보드를 연결해서 타이핑도 해보고 이리저리 써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7인치는 너무 작다'였다.

태블릿 화면 크기가 최소 10인치는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그보다 더 큰 화면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노트북 컴퓨터를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넥서스 7은 몇 번 써보다가 화면 크기 때문에 흥미가 식어 창고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한참 후에 먼지만 쌓여가던 넥서스 7을 '그래도 어떻게 써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하에 최신 OS도 깔아주고 배터리도 충전해 주고 나름 공을 들여가며 다시 꺼내 써보았지만, 여전히 7인치라는 부족한 화면 크기는 넥서스 7을 다시 창고로 집어넣기에 충분했다.

여담이지만, 넥서스 7의 사용을 그만둔 데에는 기기의 스펙이 예상했던 것보다 좋지 않았던 것도 한몫 했다. 1.5GHz CPU에 2GB RAM은 내가 갖고 놀기에는 영 부족한 스펙이었다.

 

당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생산하는 회사는 몇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믿을 만한' 회사가 몇 없었다. 구글의 넥서스, 삼성의 갤럭시 탭 정도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브랜드가 없었다.

넥서스 10이 그나마 화면 크기가 커서 마음에 들었지만, 당시 내가 사용하던 넥서스 7보다 이전에 나온 기기인 데다가, 스펙도 넥서스 7과 비슷했다. 1.5GHz나 1.7GHz나 거기서 거기지, 탈락.

갤럭시 태블릿은 이래저래 마음에는 들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갤럭시도 탈락.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넥서스 7을 창고에 처박은 후에도 태블릿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존재했으나, 내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만한 조건을 가진 태블릿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 역시 이유 중 하나일 수 있겠다. 저렴하면서 좋은 스펙을 가진 태블릿은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제품이니 말이다.

그래도 태블릿의 가격과 스펙이 너무 극과 극이었다. 그 중간의 애매한 스펙을 지닌 태블릿이라면 '그래도 이것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샀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차에 GOS 문제가 터졌다.

사실 나는 첫 스마트폰부터가 윈도우 모바일을 탑재한 '삼성 블랙잭'이었을 정도로 삼성 제품을 애용하는 사람이다. 피쳐폰도 삼성, 스마트폰도 삼성, 무선 이어폰도 삼성… 그야말로 삼성을 몸에 두르고 다닐 정도였다. 다른 회사의 제품을 써본 적이 극히 드물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삼성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갤럭시 S10과 노트10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던 삼성이 S20부터는 '…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행보를 보여왔다. 지나치게 높은 출고가, 원가절감을 명목으로 행해지는 각종 사양 하향, 플러스와 울트라를 필두로 하는 동 세대 기종 간 차별… '높은 가격이지만 그래도 그 돈값을 하는' 삼성의 모습은 간데없었다. 남은 것은 '그저 이윤만을 최대한 당겨먹으려고 하는' 삼성뿐이었다. 이게 다 노XX 사장 때문이라는 말도 있던데…

 

악재는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삼성에도 그러했다.

 

첫째로 고이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GOS 문제가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삼성에서 만든 안드로이드 OS 탑재 제품에는 GOS(Game Optimizing Service)라는 기본 앱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 기본 앱이 이름값을 전혀 못 한다는 것이었다. 이름대로라면 기기의 성능을 상향 조절해서 더욱 쾌적한 게임 경험을 사용자에게 줄 것 같이 생겼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로 기기의 성능을 하향 조절해서 더욱 열악한 게임 경험을 사용자에게 '최적화'라는 명목하에 '사용자의 안전과 타협할 수 없다'라는 핑계를 대며 제공했다.

그래, 그것도 최적화이긴 하다. 사용자가 바라는 방향의 최적화는 전혀 아니었지만.

그래서였을까, 예전부터 GOS를 삭제하거나 비활성화하는 방법이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해당 앱을 비활성화하거나 지우면 게임 성능이 올라간다는 체험담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그 방법마저도 최근 One UI 4.1부터는 GOS를 지우거나 비활성화하면 기기 성능을 최하로 고정하는 정신 나간 패치를 함과 동시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GOS가 기기 성능을 조절하는 방식이 실제 기기에 가해지는 부하를 측정하고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현재 실행 중인 앱의 패키지명만을 보고 성능을 조절하는,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패키지명을 게임 앱의 패키지명으로 변경한 후 벤치마킹을 돌리자, 기존에 나왔던 점수의 절반 정도의 점수가 나왔다고 한다.

그 외에도 최적화를 명목으로 게임이 아닌 앱의 성능까지도 제한해 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GOS는 '원가절감으로 발생하는 기기 문제를 기기 성능을 낮춤으로써 해결하는' 희대의 사기 앱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밝혀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S10 이후의 삼성 스마트폰들이 GeekBench의 Excluded Devices 리스트에 등재된 것이 굉장히 반갑다. 앞으로 S 시리즈 이외의 다른 기기들에도 GOS 점수 조작이 적용되었는지 확인하고 추가로 올릴 것이라고 밝힌 이상, 삼성의 장래는 매우 밝다.

 

둘째로 삼성의 주요 제품들에 대한 소스 코드가 유출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서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해커들이 그 유출된 소스 코드에서 취약점을 발견해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할 정도이다. 보안상의 허점이 없는 소프트웨어는 존재할 수 없으므로, 삼성의 보안에 큰 구멍이 생겼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뭐, 그 이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발생한 삼성의 원자재 수입 문제도 있긴 한데, 이건 삼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에 관한 문제이니 굳이 내가 다룰 필요는 없을 것이고.

 

일이 이렇게 되니까 삼성 빠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던 나도 '이참에 다음 스마트폰은 애플로 해야 하나?'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더라. 평소에 애플 제품에 대한 문제점을 적어둔 문서를 읽으며 '이런 문제는 이러이러하면 그럭저럭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온 터라, 이번에도 한번 문제점들을 짚어보기로 했다.

여기에 앞서 이야기했던, 태블릿에 대한 욕심도 한몫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폰뿐만 아니라 아이패드의 단점 역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애플 제품은 하드웨어부터 커널, OS, 소프트웨어 등 모든 부분을 애플이 모두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애플 제품을 쓰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을 따질 때는 하드웨어 스펙뿐만 아니라 OS나 앱 디자인 등 모든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아이폰이든 아이패드든 안드로이드와 달리 PC와 연결해서 내부의 파일을 보기 쉽지 않다. 그래도 최근에는 그 정도가 훨씬 완화되어 간단한 파일 정도는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훨씬 제한적이다.

 

동기화 문제는 조금 까다롭다. 내가 아주 예전 아이팟 나노를 사용할 때도 제일 골머리를 썩였던 것이 바로 이 동기화였으니까.

PC에서 아이팟으로 음악 파일을 전송한 다음, PC에서 해당 파일을 삭제하고 다시 아이팟을 PC에 연결하면 아이팟에 저장되어 있던 음악 파일도 같이 삭제된다. 해당 음악 파일을 아이팟에서만 들을 목적으로 삭제한 것인데 아이팟에서까지 파일이 삭제된 것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배터리 문제는 그래도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전 아이폰은 그야말로 배터리가 살살 녹는다고 말할 정도로 배터리가 빨리 닳았는데, 요새 아이폰의 배터리는 꼭 그렇지는 않다는 듯하다. 아이패드 배터리 사용 시간에 대해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은 배터리 사용 시간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라이트닝 케이블은 정말 큰일이다. 단자 규격은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 않지만 전송 속도가 USB 2.0 수준이라는 게 정말로 큰일이다.

얼마 전까지 썼던 워크맨의 전송 속도가 USB 2.0 수준이었는데, 내 음악 라이브러리를 전부 전송하는데 6시간이 넘게 걸리더라. 아이폰이든 아이패드든 똑같이 그 정도의 수준이 나온다면 정말 끔찍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이패드의 경우 USB-C 단자를 탑재했다는 것 정도일까. 아이패드 프로에 한해서지만. 분명 USB-C 단자를 탑재했으니, 속도도 올려 줬겠지?

빈약한 케이블의 내구도 역시 문제다.

 

제품을 살 때 충전기를 주지 않는 것도 상당한 문제다.

기존 제품을 사서 쓰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이미 충전기가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돈을 더 주고 충전기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 제품 충전기값이 저렴하면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충전기값 역시 만만치 않다. 안 그래도 비싼 아이폰과 아이패드인데 실질적인 구매 가격은 더욱더 비싸지는 것이다.

 

통화 녹음이 안 되는 점은 매우 아쉽다.

당장은 통화 녹음을 쓸 곳이 없어서 애플 제품을 써도 괜찮지만, 어떠한 이유로 통화를 녹음해야 할 경우, 애플 제품은 통화 녹음을 일절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서브폰을 마련해서 써야 할 것이다.

 

여기에 각종 액세서리까지 고려해야 한다. 당장 스마트폰의 앞면과 뒷면을 덮어줄 보호필름과 케이스는 기본이다.

개인적으로 거기에 더해 스마트 키보드나 매직 키보드, 애플 펜슬 이런 것들도 사고는 싶은데, 가격이 가격이다 보니 이런 것들을 사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너무 크다.

 

이래저래 애플 제품에 대해 알아보았지만, 나에게 있어 애플 제품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가격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여러 단점이 내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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