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해, 이번 이야기는 '에필로그(Epilog)'라고 부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에필로그는 이야기의 줄거리가 모두 끝난 후의 작은 일화를 뜻하는데,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필로그의 사전적 의미는 결말(Conclusion)과 동일하다. 그러니 내가 이번 이야기를 '에필로그'라고 불러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이야기만큼 '에필로그'에 어울리는 이야기는 없을 테니까.
보통 에필로그는 하나의 일화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번 에필로그는 특이하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새 캐릭터인 절지와 상리요를 부각하기 위해서일까?
절지
절지가 몇 시간 동안 야시장 한 곳에 서서 구도를 잡고 있다.
절지는 그림 주문의 요구사항에 맞는 구도를 잡기에 여념이 없다.
방랑자와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림을 그리느라 방랑자가 가까이 온 지 전혀 몰랐었지.
음… 역시 우리 찐따 절지… 자존심 낮은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뭔가 보호욕구를 불러일으킨단 말이지.
절지가 오후부터 여태껏 야시장에 있었던 건 「아름다운 황룡」 잡지사에서 절지에게 달맞이 축제를 그려달라고 의뢰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여기 올 때만 해도 주변에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절지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야시장이 인적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이 되어버렸다.
절지에게 보호욕구를 느끼는 건 방랑자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절지를 혼자 두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한다.
저녁 먹었냐는 방랑자의 물음에 "아직 그렇게 많이 배고프지 않다"라고 대답하는 절지의 입과 달리, 절지의 배는 우렁차게 꼬르륵 소리를 자아내었다.
부끄러워서 두 손으로 얼굴 가리는 절지가 매우 귀엽다.
「모두의 가게」에 있던 식기를 빌려 절지에게 요리를 해주는 방랑자. 정확히 무슨 요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보기만 해도 입에 군침이 흐른다. 저 윤기를 봐라!
안타깝게도 절지는 쌓인 의뢰를 해결하고 민효 대신 부채 가게를 봐주느라 축제가 거의 끝날 때까지 제대로 축제를 구경하지 못했다. 같이 다닐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고.
그나저나 몇 달 치 빚이라니. 절지의 그림 실력은 분명 출중할 텐데, 어째서 빚더미에 앉아있는 걸까? 절지가 낭비벽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지금 단 둘이서 축제를 구경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방랑자의 말을 들은 절지의 마음에 호응하듯, 절지 뒤에서 때늦은 폭죽이 하나 펑하고 터진다. 절지의 머릿속도 아마 저 폭죽과 비슷할 거다.
절지가 얼굴을 붉히는 걸 보면, 절지도 방랑자에게 호감이 있는 거겠지? 사람 마음은 잘 모르겠다니까…
방랑자는 절지를 소원나무로 데려가, 소원을 빌게 한다.
절지가 뭔가 망설이는데, 따로 원하는 게 있는 걸까?
왜 그렇게 느닷없이 생각하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절지가 방랑자를 그리고 싶어 한다.
절지 뒤에 보름달이 떠있는 장면을 연출한 걸 보면, 이게 절지의 '소원'이라는 걸까?
이번 그림은 잡지사에 보낼 그림이 아닌, 절지 혼자 간직할 그림이라고 한다.
상리요
상리요가 소원이 이뤄진 소원지가 달린 등불을 밝혀 소원나무에 매달고 있다. 본래라면 소원을 빈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지만, 바쁘거나 소원나무에 오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 대신 상리요가 등불을 매달고 있다고 한다.
방랑자와 함께 노력한 덕분일까, 이번 달맞이 축제에선 사람들의 소원도 많이 이루어졌고, 등불 매달기를 대신할 일도 적었다고 한다.
즐거운 시간은, 유난히 빨리 지나가니까.
왜 시간은 그럴 때에만 서둘러 달려가는 건지…
금주에서 나고 자란 상리요가 몇 년 전에서야 시간을 내 달맞이 축제 가게에 갈 수 있었다는 건 조금 의외네. 어쩌면 그때가 상리요가 아버지의 물건을 소원나무에서 발견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가끔 연구에서 눈을 떼고 떠들썩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면, 또 다른 순수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거든요.
백번 옳은 말이다. 막다른 길이라 생각될 때에는 그 일에서 잠깐 손을 떼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주효한 해결책이라고 하더라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돌파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이 많다.
달병 맞히기를 보고 "총구를 살짝 내리면 과녁 중심을 더 잘 맞힐 수 있다", "도탄을 이용하면 한 번에 과녁을 두 개 이상 맞힐 수 있다" 같은 팁을 알려주는 상리요. 초아가 말하던 '전설 속 기록 보유자'가 바로 너였냐!
한 번에 모든 과녁을 쓰러트릴 수 있냐 묻자,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쉽지 않다고 말한다. 상리요, 무서운 녀석! 그래도 의수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 말하는 걸 보면, 아직 사람의 범위 안에 있긴 하나 보다.
나 역시 놀이의 참재미는 승패가 아니라 그 자체에 있다 생각하는 편이다. 늘 그런 건 아니고, 가끔은 오기 때문에 승리에 집착하긴 하지만…
상리요가 "내년에 방랑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말하지만, 내 장담컨대 내년 달맞이 축제에도 방랑자는 금주를 찾을 게 분명하다. 그야, 달맞이 축제는 중국 중추절을 모티브로 따온 축제니까.
어휴, 이제야 1.2 버전 이벤트를 전부 소화했네. 지금 버전이 몇이더라? 1.4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