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의 소원 - 05

1.2 버전이 끝난 지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나는 1.2 버전 때 찍은 사진을 아직 글로 다 옮기지 아니하였다… 그야, 글 쓸 의욕이 바닥났는 걸.

그래서 1.3 버전 조수 임무는 그냥 글을 쓰지 말고 넘겨버릴까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테티스 시스템'인가 뭔가 하는, 제법 커 보이는 떡밥이 있어서 그것도 힘들 것 같다.

1.2 버전이 쉬어가는 버전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동안 배경에서만 등장했던 상리요라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상리요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형 이벤트가 있었으니까.

… 이게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룬' 결과인 건가?

그래도 이번 소원은 지난 소원들처럼 '죽고 싶다'는 내용이 아니라 다행이다.

하지만 자신을 대영웅으로 만들어 달라는 지만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면, 이 소원 역시 그리 좋은 소원은 아닌 셈이다.

두 소년이 서로 영웅극의 영웅을 맡겠다며 말다툼을 하고 있다.

대화를 들어보니, 여태껏 한묵이 소배를 교묘히 속여 소배에게 '지는 악당' 역할을 떠넘기고 자신은 '이기는 영웅' 역할을 독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소배가 '나도 영웅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하면 '지는 영웅' 역할을 맡기기도 했고. 심지어 소배가 지만에게 자신의 괴롭힘을 일러바치겠다고 하자, 대장이 오면 영웅 역할을 아예 꿈도 꾸지 못할 거라며 압박하기까지 한다.

어린애 치고는 꽤 영악한데.

처음 보는 어른에게 자신이 '대장'임을 알리며 맞는 역할인 잔상 역을 제안하기까지 한다.

이 녀석, 보면 볼수록 얄미운데. 머리에 가볍게 찹을 날려주고 싶다.

상리는 이 버릇없는 꼬맹이에게 겁을 주는 것으로 대응했다. 잘했어, 라이코스.

지만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건 한묵이 아닌 소배로 보인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지만은 그렇게 좋아하는 영웅극 공연마저 외면하고 며칠째 놀러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지만이 평소 자주 다니는 곳은 시내, 극장, 비밀 아지트이다. 지만을 영웅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왔다고 하자, 비밀 아지트의 위치를 알려준다.

누군가가 – 분명 지만이겠지 – 잔상에 둘러싸여 잔뜩 겁을 먹었다.

음, 벌써부터 감이 잡히는걸. 소배가 말한 것처럼, 자기 몸 안의 불꽃의 힘이 각성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여 잔상에 도전했다가 역으로 포위당한 거겠지.

왜 잔상들이 멀뚱히 서서 지만을 바라만 보고 있었나 했는데, 잔상 입장에서도 어이가 없어서 그랬던 것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지만은 영웅극 속의 영웅들처럼 공명 능력을 깨우기 위해 비밀 아지트에서 수련하고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더 큰 공명 능력을 발휘한 불꽃 영웅처럼, 자신 역시 위기 상황에서 공명 능력을 개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다.

그래서 지만이 잔상을 불러온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 전 방랑자가 처리한 잔상은 지만이 불러온 게 아니라, 느닷없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지만의 생각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배경 설정을 보면 위기 상황에서 공명 능력을 개화한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중 대다수가 공명 능력을 개화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죽었을, 천만다행인 상황이었다는 게 문제다. 공명 능력을 개화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그냥 '오늘의 금주성 사망자'에 1을 더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렇게 개화한 공명 능력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공명 능력 때문에 상해를 입은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없지는 않지 않은가.

한마디로 정리하면, 영웅극을 너무 많이 봤다.

지만이 공명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영웅이 되고 싶어서이다. 영웅이 되면 동생도 지킬 수 있고, 무서워할 게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글쎄다… 공명자가 된다고 해서 무서울 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거든.
100% 공명자로 구성된 야귀군 전투부대와 잔상이 맞붙는다고 가정해 보자. 노도급까지 갈 필요도 없지. 야귀군은 거랑급 적과 마주하기만 해도 진다. 마접의 악사나 불굴의 호위 같은 잔상뿐만 아니라, 추방자 두목에게도 지는 게 야귀군이다. 이걸 극복할 수 있는 건 물량뿐이고. 애당초 야귀군 전투부대 구성을 공명자로만 한 것도 인적자원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거기에 추가로, '영웅'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공명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게 된다.

당장 지만을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건지, 방랑자는 '영웅' 지인들의 생활이나 모험을 기록해 달맞이 야시장에서 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영웅이 되고 싶다는 지만의 소원이 그릇된 건 아니다. 오히려 멋지다고 칭찬할만한 종류의 소원이지.

하지만 영웅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공명자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은 그렇지 않다.

불꽃 영웅의 영웅담은 공명 능력뿐만 아니라 용기, 끈기, 의리,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이루어져 있다며, 해당 부분을 강조해서 들려주자고 상리요가 제안한다.

그런데 기염이나 금희는 뭔가 너무 까마득한 목표 아닐까? 일단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롤모델을 제시해야 할 거 같은데… 치샤라던가 뭐 그런 쪽으로.

상리요는 방랑자야말로 롤모델로 삼기 적합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어… 음… 그게 맞나? 난 방랑자 역시 기염이나 금희처럼 뭔가 따라잡기 힘든 타입의 인물이라 생각하는데…

상리요가 이벤트 파트너로 합류했다.

상리요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도 이벤트 파트너로 합류했는데, 그건 별도의 글에서 정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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