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sick

 

우연히 Homesick의 트레일러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을 보고 '어머, 이 분위기는 완전 내 취향이야!'라고 생각하며 스팀 상점 페이지에 방문했다.

마침 Homesick이 세일 중이었다.

 

그래서 샀다.

그리고 지금 많이 후회 중이다.


트레일러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분위기 죽여주지, BGM 죽여주지…

하지만 직접 사서 플레이해 보니 트레일러에서 알려주지 않았던 게임의 단점이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UDK 기반이다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선 UDK를 설치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을 채용한 게임은 Homesick 하나가 아니다. 단적인 예로 테라리아 역시 XNA를 설치해야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 XNA와 UDK 모두 게임 실행에 필요한 외부 요소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난 그러한 외부 의존성을 가지는 게임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임을 삭제할 때 UDK나 XNA를 따로 지워줘야 하거든.

멀티태스킹에 친절하지 않다

이 게임은 실행할 때 기본적으로 전체 화면 모드로 실행된다. 여기까지는 다른 게임 역시 동일하니,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Homesick을 전체 화면으로 플레이할 시,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다른 창으로 전환한 후 다시 게임으로 돌아올 때 곧바로 게임 화면이 나타나지 않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게임 창은 곧바로 활성화가 되지만 게임 화면은 약 1초에서 2초 이후가 돼서야 나타난다.

후술할 문제와 결합할 시, 이 문제는 상당한 짜증을 안겨주게 된다.

 

이 게임 역시 창 모드로 변경하는 단축키가 있다. 바로 Alt + Enter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창 모드로 플레이할 수 없다. 게임이 마우스 커서를 게임 창 안에 가둬두지 않기 때문이다.

마우스 커서가 게임 창 안에 가둬지지 않았기 때문에, 창 모드에서 시야를 크게 돌리면 마우스가 게임 창 바깥으로 벗어나 더 이상 시야가 돌아가지 않는다.

이렇게 되니, 창 모드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다.

이동속도가 매우 느리다

세상에, 달팽이가 엉금엉금 기어가도 이것보다는 빠를 것이다.

나는 트레일러에 나왔던 플레이어의 이동 속도가 일부러 느리게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플레이어의 기본 속도였다.

사람이 그냥 걸어가도 플레이어보다는 더 빠르게 걸을 것이다.

 

심지어 플레이어의 답답한 이동속도를 참지 못하고 언리얼 엔진 콘솔을 여는 방법을 찾아내어 플레이어의 이동속도를 강제로 높은 값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효과가 없었다.

게임 진행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다

게임을 시작하면 아무런 안내도 주어지지 않는다. 메뉴는 그저 변경 불가능한 조작키만을 안내해 줄 뿐이다. 게임 저장 역시 침대에 가서 자야 저장이 된다.

조작키가 고정되어 있고, 저장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도 그럴 수 있다며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 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려줘야 할 것 아닌가.

한참을 돌아다니며 이걸 누르고 저걸 눌러도 아무런 변화가 없기에, 결국 구글을 뒤져 공략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난 첫 번째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 기준에서 플레이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게임 디자인은 최악이다. 아니 대체 뭘 어쩌라는 건데?


게임 콘솔을 열기 위해 게임이 설치된 디렉토리를 뒤적이던 중, DELETE_SAVEGAME_&_CONFIGS_BEFORE_UPLOADING.txt라는 이름의 텍스트 파일을 발견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this is just a reminder text file to myself to remind myself not to upload Homesick to steam with a save game file still in the directory (because it would overrite every player's own save game file)
 
- Barrett

뭔가 사람 냄새 나는 내용이라서 피식 웃음이 나더라.


다른 게임 같았으면 당장 무슨 이런 똥겜이 있냐며 환불했겠지만, 게임 내 영상미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환불을 그만두었다.

사진 중 일부는 마음에 매우 든 나머지 컴퓨터 바탕 화면 배경으로 쓸 생각조차 했었다.

BGM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 다 좋은데… 저 단점이 너무 컸다. 결국 게임의 끝을 보지 못하고 삭제했으니.

내가 고작 1.5GB 용량의 게임에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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