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y 무료 배포와 옛 추억

에픽 스토어에서 Prey를 27일 새벽 1시까지 무료로 배포 중이다. 뭔가… 감회가 새롭다.

첫 접촉

내가 처음 Prey에 대한 정보를 접한 곳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그때 내가 군 복무 중이었다는 거다.

아마 루리웹에서였거나 나무위키의 '최근 변경' 탭에서 보았겠지.

 

E3에서 공개된 Prey의 트레일러 영상을 보자마자 난 '어머, 이건 반드시 사야 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게임의 그래픽도 그래픽이지만, '대체 저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날 미치게 했다.

공포 게임을 정말 싫어하는지라 처음에는 조금 망설여졌지만, 총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공포 게임이라도 내가 적을 죽일 수 있다면 그건 덜 무서운 게임이다.

그래서 예약 구매를 했다.

 

예약 구매는 다이렉트게임즈에서 했다. 게임을 한국어로 즐기려면 다른 수가 없었다.

Prey는 공식 한국어 지원을 하지 않는다. 그걸 다이렉트게임즈가 게임 소스 코드를 사 와 자체적으로 한국어 패치를 만들어 다이렉트게임즈에서 게임을 구매한 구매자에게만 한국어 패치를 배포하겠다 했다.

별수 있나. 다이렉트게임즈에 회원 가입한 후, 예약 구매까지 진행했다.

 

게임의 발매를 기다리는 동안, 난 공개된 게임의 트레일러와 각종 정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무위키에 좋은 정보가 많이 있더라고.

이 두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면도 아주 흥미로웠지만, 내레이션이 정말 날 미치게 했다.

대체 저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마침내 공개된 출시 트레일러를 본 후, 나는 발매일 후에 나갈 외박을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었다.

첫 설치

Prey를 처음 설치해 실행한 것은 발매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주말이었다.

 

내가 복무했던 지역이 그 악명 높은 강원도 지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텔은 비싼 돈을 불렀다.

 

생각해 보라. 당신은 토요일 아침 일찍 부대를 나섰다. 하루하고도 절반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으며, 아무리 늦어도 일요일 저녁 7시 전에는 무조건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 당신은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하겠는가?

나의 선택은 간단했다.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노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었다. 잠은 일요일 밤, 부대에 돌아가서도 잘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모텔을 고를 때 중요한 것은 방의 침대가 푹신하고 아늑한가, TV의 채널에 다양한지 따위의 것이 아니다. 모텔 방에 하나씩은 놓여있기 마련인 컴퓨터의 사양이 얼마나 좋은가이다.

당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모텔은 단둘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전부 이미 방이 찼거나 당일 예약을 받지 않더라고.

하나는 하룻밤 자는데 9만 원이 필요하지만, 방 안의 PC 사양이 근처의 피시방보다 좋지 않았다. 여전히 윈도우 XP를 쓰는데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다른 하나는 13만 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방의 컴퓨터 사양은 근처 피시방의 것보다 월등히 더 좋았다.

별수 있는가. 난 두 번째 모텔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출시한 지 몇 주도 채 되지 않은 게임이 피시방 사양보다 낮은 사양의 컴퓨터에서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피시방에서 Prey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지금도 그럴 테지만, 그 당시 대부분의 피시방은 '노하드 시스템'이라는 걸 채택했다. 사용자 컴퓨터에 하드디스크 등을 장착하지 않고, 피시방에 설치된 서버에서 직접 사용자 컴퓨터에 게임 파일을 전송해 실행하는 것이다.

물론 원활한 게임 실행을 위해 인기 게임 파일은 사용자 컴퓨터에 넣어두기는 하지만, 장착된 저장장치의 용량이 높지 않다. 그래서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지워도 용량을 많이 확보할 수 없다.

확보한 얼마 되지도 않는 용량은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를 설치하면 다 차버린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용량이 있어야 하는 Prey의 설치는 절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날 밤이 되어서야 난 Prey를 처음 실행해 볼 수 있었다.

첫 경험

처음 Prey를 했을 때는 아직 다이렉트게임즈에서 제작한 한국어 패치 파일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 글을 쓰며 찾아보니, 한국어 패치가 나온 날이 6월 30일이라고 되어있다. 그러니 내 외박은 6월 중순이 아니었을까 한다.

 

하는 수 없이 난 영어로 플레이에 도전했다. 한국어 패치가 나오지 않은 정도로는 나를 막을 수 없었다.

10여 년간의 영어 의무 교육만을 믿고, 나는 용감하게 Prey에 도전했다.

난 이 장면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헬리콥터에 타자마자 창문 옆에 BETHESDA SOFTWORKS PRESENTS 글자가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놓여있었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정말 죽여줬다.

창문 밖에 보이는, 저 멀리 있는 다리에는 AN ARCANE STUDIOS PRODUCTION 글자가 갓레이와 함께 날 반겨주었다.

헬리콥터가 착륙할 때는 PREY라는 글자가 난간에 서 있었는데, 헬리콥터의 문이 열리고 나니 사라졌다.

게임 첫 장면부터 뽕을 극한까지 채워주는 장면이었다.

 

나중에 휴가 때 집에서 Prey를 설치해 플레이했을 때는 갓레이가 없어 심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텔의 그래픽카드는 GTX 2000번 대였지만 내 그래픽카드는 GTX 970이었거든. 그것도 GTX 660에서 업그레이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기였다.

 

서양에서 만든 게임들의 주인공은 대부분 백인이었기에, 플레이어가 중국계로 설정된 것은 신선한 설정이었다.

주인공은 건장한 성인인데, 주인공의 동생은 완전 돼지더라.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Prey를 공짜로 받아서 한 번 플레이 해보라는 것이다. Prey는 재미있는 게임이니까.

만약 에픽 스토어에서 무료로 게임을 받지 못했더라도, 만약 게임이 세일한다면 한 번쯤은 구매해 보는 걸 고려해 보길 바란다.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