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월드 임무가 자꾸만 복사된다.
분명 처음에는 '라나'라는 NPC를 돕다가 라나가 죽음의 땅에 침식당해 의식을 잃자, 라나를 치료하기 위해 뛰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별세계에서 '마라나'니 '마타하라'니 알 수 없는 용어들에 둘러싸여 별의별 것들을 해치우고 다니고 있다.
여긴 누구인가 난 어디인가…
아 ㅋㅋ 알폰소도 복사가 된다고 ㅋㅋ
여기서 컷신이 나와야 하지만, 버그 때문에 컷신이 재생되지 않는 모습이다.
결국 게임을 껐다 켜 해결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다시 들어오니 곧바로 임무 진행이 되더라고.
증식하는 월드 임무.
그… 류웨이 선생님… 월드 임무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맞는데, 이건 너무 많은 거 아닐까요?
월드 임무 먹다가 목메 죽겠네…
수금으로 포탈을 열거나 풀 씨앗을 해금하는 걸 보며 문득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별 건 아니고, 예전에 모든 워프 포인트와 신상을 찍겠다고 덤비다가 넝쿨이 가로막고 있어 들어가지 못하는 동굴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거기 근처에도 빈 풀 씨앗 주머니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도 분명 수금으로 활성화하는 것일 테다.
죽음의 땅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침식 스택이 4개나 적립된다.
튜토리얼을 읽어보니, 이 스택이 10개가 되면 파티의 모든 캐릭터가 깩하고 죽어버린다고 한다.
수계 늑대의 침식은 그래도 필드에 나와 있는 캐릭터만 죽였는데, 이건 한술 더 뜬다.
저걸 보자마자 난 양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걸 보고 양파를 떠올리지 않은 자, 양파를 제대로 보지 못한 자임이 틀림없다.
이곳저곳에서 '으어어' 하며 스스로를 잃은 채 모은 재료를 모아 샤바샤바 무언가를 한다.
분명 무언가를 한 것 같은데, 그게 뭔질 모르겠다.
단 한 방울만으로도 숲이 아란나라의 순수한 꿈을 느낄 수 있다.
난 아무것도 모르겠던데.
아란나라들이 꽃을 선물할 때, 그냥 말로만 선물했다고 하고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란나라가 준 꽃이 실제로 배낭에 임무 아이템으로 들어오더라.
그래, 나 같은 오타쿠는 이런 사소한 것에도 감동하는 족속이라고.
난 무슨 포탈이라도 열릴 줄 알았는데, 눈앞의 버섯이 쑥쑥 자란다.
아란나라가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뭔가 불안하다. '희생'이라고?
아까는 재료를 갈아서 영약을 만들었으니, 이제 아란나라를 갈아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거야?
아란나라 기억의 임시 거처이자 아란나라의 힘을 잠시 보관해 두는 곳이다.
안에 축적된 아란나킨, 아란가루, 아란나가의 보물 같은 기억은 언제나 소중한 친구를 위해 그 힘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정말 아니지? 그치?
죽음의 땅이 보이지도 않는데 침식 스택이 4개나 쌓이는 걸 보고 기겁했다.
저게 「마라나」라고? 어째 나루카미 섬 지하에서 보라색 버전으로 본 것 같은데?
일단 여기까지 진행했을 때, 아란나라를 진짜로 갈아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란 것에 한숨 돌렸다.
내 기억 속의 미호요는 '여기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보이십니까? 짜잔~! 당신이 나중에 얻을 이 아이템은 이 아이들을 갈아 만든 아이템입니다!'라고 눈도 깜빡 않고 말할 수 있는 회사라서 말이다.
오, 이건 좀 괜찮은데? 능력 전환이라니, 나중에 필드에서 써먹기 굉장히 편하겠다.
문제는 무슨 색이 무슨 능력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다. 초록색이 뭔가를 부수는 능력이었던가?
여기서 화살로 저격해 부수는 건 안 되더라.
대체 왤까? 먼 하늘을 향해 활을 쏘면 저 멀리까지 화살이 날아간다는 영상을 본 적은 있는데…
콜레이로 클로버 인장 주머니를 멀리서 활성화할 수 없는 걸 보면, 그냥 단순히 모델만 보이는 거리와 실제로 작동하는 거리가 다른 것 같다.
적어도 그 작동 거리 안에서 풀 원소로 공격해야 해당 사물이 활성화되는 그런 구조겠지.
대체 뭐에 자꾸 맞고 있는 건가 궁금해 했는데, 저 가운데 천장에 매달린 붉은색 '팔레트 스왑'이 날 향해 붉은색 구체를 쏘고 있었다.
원신이 원래 피격 시 무적 시간에 짠 편이라, 붉은색 구체를 3연속으로 맞기가 굉장히 쉬운데, 그렇게 붉은색 구체를 세 번 연달아 맞으니 체력이 10,000이나 날아가더라.
아무리 침식 디버프로 최대 체력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체력이 고작 2,000만 남은 걸 보고 기겁했다. 그렇지 않아도 음식을 많이 먹은 터라 더는 먹을 수 없는 상태였는데.
모자란 체력은 행추 E 스킬로 채운 후, '안 맞으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마음가짐으로 돌격해 이겼다.
그러니까 정말로 '팔레트 스왑'이 초록색으로 팔레트 스왑을 하더라고.
아, 「쿠사바」는 아무래도 이번 월드 임무 전용 아이템이었나보다. 모든 힘을 다 써서 메말라 버렸다고 되어 있다.
아란나라는 기억을 소모해 힘을 쓰는 걸까? 아까 전 봤던 임무 아이템의 플레이버 텍스트에도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면 머리가 맑아질 거라는 페이몬의 말에, 「마우티이마」와 함께 있어 줘야 한다며 거절하는 아란나라들.
너의 기억과 꿈속에 우리의 희생을 잊지 말고 기억해 줘.
이미 한번 말한 내용을 또다시 말하는 걸 보면, 정말로 기억을 잃은 모양이다.
숲의 책에 무덤덤하게 '「마우티이마」의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적어 두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