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새 뭘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그냥 너무 많은 게 쏟아져 들어와…
얼른 이 '숲의 책' 월드 임무를 끝내버리고 싶다. 아란나라가 귀엽긴 한데, 너무 많이 뺑뺑이를 돌려 피곤하다.
A가 필요하다고? B를 하고 오려무나. B를 하고 싶다고? C, D, E를 하고 나서 이야기하자. 물론 C, D, E를 하려면 각각 F, G, H와 I, J, K, L, 그리고 M, N, O를 해야 하는 건 알고 있지?
마치 게임이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하라는 대로 임무를 하다 보면 슬슬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더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슈바타 전당 관련 임무를 다 끝내고 더 할 임무가 있었던가? 잘 모르겠다. 이젠 그냥 '임무 창에 임무가 있으니 한다'라는 생각만 들거든.
정말로 월드 임무를 먹다 체한 것 같다.
자기를 바보로 만드는 물
분명 술 이야기겠지.
액체라고 하지 않고 물이라고 한 걸 보면 투명한 보드카였을까? 그렇지 않아도 스네즈나야에서 보드카를 만드는 것 같던데.
아니, 인간적으로 이 사이는 좀 뛰어넘어 갈 수 있게 해줘라…
분명 지나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틈이지만, NPC 히트 박스가 보이는 것보다 더 커, 지나갈 수 없다.
저기요? 바위에 새겨진 문양과 꽃의 높낮이 배치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데요?
심지어 바위에 새겨진 문양, 꽃의 높낮이 배치, 악보의 음표 배치 셋 모두가 서로 따로따로 논다.
이게 뭔…
사실 이건 원신의 고질병이기도 하다.
예전 두 번째 해등절 이벤트에 나무 조각을 돌려 그 그림자로 특정 모양을 만드는 미니 게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정답인데?'라고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이후 있었던 두 번째 금사과 제도 이벤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피슬 환상 비경에서 앞으로 나가려면 끊어져 있는 길을 다른 사물로 가려 일종의 착시 현상을 유발한 후, 길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공략 글에 나온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해도 정답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그 상태에서 WASD와 마우스 스크롤을 하나하나씩 조합해 가며 겨우 정답으로 인정해 주더라. 그렇게 해서 나온 최종 결과도 '아니, 이게 어떻게 정답인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아, 수금 노래로 풀 씨앗을 만들 수 있는 거였어?
예전에 수메르 지도를 밝힌다고 곳곳을 돌아다닐 때, 동굴 입구가 넝쿨로 가로막혀 있었고, 그 옆에 텅 빈 풀 씨앗 주머니가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아마 이 노래로 풀 씨앗 주머니에 풀 씨앗을 만들고, 그걸로 넝쿨을 치워 동굴로 가는 길을 여는 거겠지.
그런데 월드 임무가 곧바로 날 그곳으로 이끈다. 오…
처음 넝쿨을 치우려고 했을 때, 저기 삼각형으로 배치된 바위 3개가 퍼즐인 줄 알고 열심히 하나하나 조합을 맞춰가며 시도했는데,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아 속으로 한껏 욕을 쏟아부은 후 게임을 끈 기억이 난다.
빈 풀 씨앗 주머니 앞에서 열심히 수금을 뜯는다.
이야, 결국 여길 들어오네.
들어오자마자 반겨주는 심상치 않은 공기의 색상. 죽음의 땅이다.
여기도 오자마자 침식 4스택이 곧바로 꽂혀 버린다. 분명 나중 가면 들어가자마자 침식 6스택을 꽂아 넣는 곳이 나올 것 같다.
심지어 지도에 보이던 파도 배 워프 포인트 역시 이 동굴에 있었다. 지하로 들어가는 방법을 도저히 찾지 못해 포기했었는데…
죽음의 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돌기인지 혹인지 모를 빨간 무언가가 곳곳에 박혀있는 것으로 보아, 여길 파도 배 없이 맨몸으로 왔다면 저게 플레이어를 마구잡이로 공격했을 것 같다.
계속 전진하다 보니 지하에 있던 파도 배 워프 포인트 두 개를 모두 해금할 수 있었다.
도중에 마주친 죽음의 땅 역시 정화했다.
이번에도 바사라 나무의 꿈속에 들어가야 해?
나도 정말 싫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들어가 본 것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싫다. 너무 지루했거든.
하지만 별수 없잖은가. 들어갈 수밖에…
아란마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건강한 풀 씨앗'과 일반 '풀 씨앗'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왜 두 가지가 따로 있는 거야?
… 방금 한 말 취소. 어떤 퍼즐은 반드시 '건강한 풀 씨앗'으로 풀어야 한다. 그런 퍼즐은 일반 '풀 씨앗'으로 절대로 풀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리고 건강한 풀 씨앗은 풀 씨앗 주머니에서 단 한 개만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이용해서 세 곳을 맞추라고?
어찌 되었든, F 키를 연타해 씨앗을 얻자마자 바로 활을 조준해서 쏘고, 조준을 풀고, 또다시 씨앗을 얻어 화살을 쏘는 식으로 퍼즐을 풀어냈다.
난 바닥에 투명한 길이 생겨서 그걸 타고 이동할 줄 알았는데, 플랫폼이 보스 방까지 친절하게 날 태워다 준다.
Easy Peasy Lemon Squeezy
평소 여행자의 기본 표정이 무표정이지만, 이번만큼은 여행자가 '살… 려… 줘…'라고 하는 것만 같다.
아무 생각 없이 필드 위 퍼즐을 풀고 다니다가 비선공 유적 정찰자를 발견했다.
카르타고였나, 카타르시스였나, 아무튼 '카'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아군 유니크 유적 방어자도 있으니, 분명 이 녀석도 비슷한 개체일 것 같다.
분명 저 녀석을 따라가면 뭔가 좋은 걸 줄 것이다.
좋은 걸 주긴 개뿔이! 날 반겨준 것은 유적 드레이크였다. 심지어 지금까지 날 인도하던 유적 정찰자도 합세해서 날 공격하더라?
그러니까 유적 정찰자가 날 유적 드레이크의 먹이로 준 거야, 지금?
둘 다 세트로 썰어버리니 상자가 나왔다. 그래, 상자라도 줘야지.
그 옆에 있던 유적 가디언에 뭔가를 꽂을 수 있다.
정신이 너무 지친 탓에, '탑재'를 '탑승'으로 읽고 유적 가디언에 타서 유적 가디언을 조종할 수 있는 건가 생각해 버렸다. 어림도 없지…
내가 이걸 대체 어디서 얻었더라? 아무튼 아직은 개수가 모자라 쓰지 못한다.
이제는 이 높낮이 미스매치가 그리 놀랍지도 않다.
아니,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기믹인데. 수금을 켜면 돌이 사라진다고?
이 돌 앞에서 수금을 켜면…
짜잔! 신의 눈동자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돌이 사라질 때, 그냥 점점 투명하게 사라지는 것이 조금 아쉽다. 수금을 켰을 때 돌이 와르르 무너지는 그런 연출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 해파리 역시 날 배신할 것이다. 내 장담하지.
페이몬 이 학습 능력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앞이 돌로 막혀있지만, 수금을 뜯으면 해결된다.
돌 앞에서 수금을 뜯었는데, 그 안에서 죽음의 땅 혹이 나타났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죽음의 땅에서 정확히 뭐가 날 공격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빨간 것만 보면 일단 피하게 된다.
평소와 달리 버섯몬이 아니라 유적 드레이크가 보스로 나온다.
그런데 파티 캐릭터들로 EQ를 난사하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직 보스가 살아있는 줄 알고 종려 궁을 썼는데, 보스가 먼저 죽어버려 궁을 헛되이 쓴 셈이 되어버렸다.
아, 제발. 제발 좀.
음… 원시 송진 3개를 모으라고?
시작 지점에 송진으로 여는 문이 있으니, 송진 3개를 모은 후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활성화하냐?
이전까지는 풀 캐릭터가 없어도 근처에 풀 씨앗 주머니가 있어 별문제 없이 진행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풀 씨앗 주머니가 아예 없다.
그냥 단순한 버그인가 싶어 비경을 나갔다 들어왔는데도 역시 그대로다.
그러면 비경 내에서 파티 구성을 변경할 수 있나? 그것도 안 된다.
결국 20레벨짜리 콜레이를 파티에 어거지로 끼워 넣어야 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콜레이는 배포 캐릭터니까 이래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
그나마 남아있던 어이를 완전히 날려버린 것은 기껏 올라오니 보이는 풀 씨앗 주머니였다.
진짜 거짓말 않고, 저 풀 씨앗 주머니를 보자마자 '갖고 꺼지게' 대사가 실제로 있지도 않은 더빙과 함께 머릿속에서 무한 반복 재생되었다.
아, 그래서 여기 이름이 아'슈바'타 전당인 거야? 정말 싫다…
콜레이는 키워 놔야 할 것 같긴 한데, 아직 풀 보석을 뱉는 보스를 잡은 적이 없다.
게다가 당분간은 감우 성유물을 맞춰 줘야 하고, 그다음에는 요이미야를 키워야 한다. 그다음에야 겨우 콜레이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날이 과연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