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이 조금 짧았다.
단순히 네 지역의 마신 임무와 월드 임무만 생각하고, 내가 예전에 했던 곳까지 다시 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모험 등급이 내 발목을 잡고 있다. 모험 등급이 너무 안 올라가…
몬드 신상에 이렇게 앉으면 '바람 신의 총아'라는 업적 하나가 깨진다.
이걸 처음 친구에게 들었을 때 '정말?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라고 몇 번이고 되물은 기억이 난다.
앰버 전설 임무, '바람, 용기와 날개: 토끼의 장 제1막'을 하면서 본 옛날 벤티의 모습.
그냥 별생각 없이 본다면 모를까, 저 모습이 벤티가 아직 정령일 시절, 인간 친구의 모습임을 생각하면 조금… 징그럽다. 친구가 저세상에서 통곡하겠네.
뭐야 이거 나잖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유치한 장난이 난 좋다.
지금은 「괴조」가 보물 사냥단의 일원임을 알지만,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괴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괴조」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도둑인 줄 알았다.
아, 폭탄 드랍이 앰버 전설 임무에서 할 수 있는 거였어? 난 클레 전설 임무에서 할 수 있는 건 줄 알고 있었는데…
「괴조」 역시 일반 보물 사냥단 NPC 모델을 돌려쓸 줄 알았는데, 나름 고유 모델이 있었다.
「괴조」가 무슨 준비를 단단히 한 것 같은데, 그를 만나자마자 갈긴 벤티 궁에 「괴조」를 포함한 모든 보물 사냥단 적이 빨려 들어가 곱게 갈려버렸다.
마침 주변에 물이 깔려 있어서 물 원소 대미지도 같이 들어가는 거 같더라고.
아무튼, 앰버 전설 임무가 이렇게 끝났다.
몬드성 다리 건너에는 파헤쳐진 클레의 보물 매장지가 있다. 이게 원래부터 이렇게 파헤쳐져 있었구나…
드발린이 떨어트린 결정 속에는 오염된 힘이 있는데, 그 힘이 신의 눈 사용자 몸속에 있는 원소의 힘과 서로 배척한다고 한다.
난 왜 이걸 이제야 안걸까?
처음 원신을 할 때는 전혀 그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진이 하는 말이 조금 이상하다.
'널 실권은 단 하나도 없고 단지 직책뿐인 명예 기사로 임명할 테니 우리를 도와줘'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
와! 책이다! 수집 요소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수집한 책 중 일부는 화면 왼쪽에 나타나는 토스트의 배경이 없다.
버그인 걸까, 아니면 어떤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확실히 이후의 스토리를 알고 게임을 하니, 처음 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인다.
이 사람, 수메르 아카데미아 학자잖아. 하는 말조차 본인이 수메르에서 왔다는 걸 암시하고 있고.
아래에서 같은 차림의 행인을 본 것 같아
페이몬이 말할 때, 벤티가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장면을 잘 곱씹어 보면 벤티가 '날 좀 봐줘'라며 고트 호텔 주변을 계속 뛰어다니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페이몬이 저 말을 하려면 여행자와 대화하기 전, 이미 벤티가 고트 호텔 앞에서 뛰어다니는 걸 봤어야 한다. 그리고 페이몬과 여행자가 대화할 때, 또다시 벤티가 고트 호텔 앞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니까 벤티는 고트 호텔 앞을 최소 두 번이나 뛰어다녔다는 말이다. 이게 '날 좀 봐줘'라며 시위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하여튼 재미있다니까.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기엔 아무도 없었는데… 마지막 발자국을 따라 밟자마자 벤티와 NPC들이 생겨났다.
이건 아주 오래전 태고 시절부터 시작된 이야기야.
신들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을 때 하늘에서 드래곤이 내려와 이 세상에 호기심을 품었어.
드래곤은 자신의 답을 찾고자 했지만, 속세의 난잡함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지.
바람을 노래하는 자가 천공의 하프를 연주하면 하프는 그에게 하나하나 답해줬어.
드래곤은 호기심 가득한 아이였어. 아무런 걱정 없이 하늘을 활공했지.
그는 노래 가사에 귀를 기울였고 자신의 마음을 만물에 들려주고 싶어 했어.
노래하는 자와 드래곤은 전설이 되었고 세상은 암흑시대에 접어들었어.
사자의 이빨은 썩고, 매는 더 이상 창공을 가르지 못할 때, 사악한 드래곤 한 마리가 몬드성에 다가왔어.
고난은 성당을 뒤덮는 음울한 그림자여라.
탄식은 시인의 노래가 되어 울려 퍼졌고, 노래의 부름을 듣고 돌아온 드래곤은 폭풍 속에서 악룡과 사투를 벌였어.
천공의 드래곤은 독혈을 마시고 깊은 잠에 빠졌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깨어났지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
「인간들이 왜 날 이리도 미워하는 거지?」
천공의 하프는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았어.
분노와 슬픔, 그리고 생명은 독혈과 함께 눈물로 되어 그의 눈가로 흘러내렸어.
노래가 더는 울려 퍼지지 않고, 쉽게 악에 물들게 됐지만, 천공의 하프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
처음 만날 때부터 벤티는 얄미웠구나.
여행자를 '드발린을 놀라게 해서 도망치게 만든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건 사실이니 어쩔 수 없지만, 드발린과 아는 사이냐고 물어보자 '맞춰봐~'라고 답하는 걸 보면, 머리를 한 대 콱 쥐어박고 싶다.
이상한 녀석 맞아…
자꾸 능청스럽게 여행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벤티.
분명 두 번째 보는 장면일 텐데, 왜 이렇게 새롭지?
난 여태껏 드발린의 눈물이 정화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까먹고 있었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
이래서 책이든 영화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봐야 하는가 보다.
벤티가 건네준, 또 다른 드발린의 눈물 결정 역시 정화해 내는 여행자.
아, 위에 있는 페이몬 비교 영상에서 페이몬이 '에?!' 하는 장면이 여기였구나.
대화하다 말고 뜬금없이 "「몬드 건립의 상징」"이란 말만을 남긴 채 어디론가 가버리는 벤티.
… 내 원래 계정의 배낭에도 이 아이템이 있었던가?
다시 보는 원신 마신 임무 이야기는 보면 볼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니, 분명 한 번 봤던 이야기인데!
난 이 광풍의 핵이 정말 싫다.
3년 전 처음 원신을 할 때는 내 파티 전체를 갈아먹었고, 이번에는 앰버를 회전 회오리 단 한방 만에 저세상으로 사출시켰다.
벤티가 드발린과 대화하려다 방해받는 바람에, 드발린의 저주를 풀긴커녕 되려 「심연」의 독에 당했다고 하기에 "혹시 나 때문에…?"라고 물었다.
너무나도 해맑게 "맞아!"라고 답한 벤티를 보며 벙찐 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