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나는 귀종과 기관술에 대해 논쟁을 벌이곤 했는데, 우리는 서로 양보가 없었지.
나무 밑 테이블의 모습으로 보아, 배경은 류운차풍진군의 거처 앞인 것 같다.
그리하여 가장 공정하신 암왕제군을 초대해, 두 기관의 고하를 평가해 주길 요청했느니라.
위쪽의, 쇠뇌와 같은 것을 앞에 둔 사람이 귀종 같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왼쪽에 있는 사람이 류운차풍진군이 되려나.
하지만 제군께선 귀종의 「예호기관」이 더 뛰어나다 하시더군.
와! 해맑게 웃는 귀종, 너무 이뻐!
귀종의 옷 안감이 별하늘과 같은 질감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도 무슨 떡밥인 걸까? 페이몬 옷 안감의 질감 역시 별하늘과 같이 되어 있는데 말이다.
와, 류운차풍진군도 이쁘다.
제자인 감우와 신학처럼, 그녀도 검은색이 들어간 옷을 입고 있는데, 아무래도 검은색 타이츠가 취향인 게 아닐까?
인정하긴 싫지만, 나도 알고 있었다. 귀종의 기관술이 나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귀종과 가진낭시진군의 이야기는 어느 방울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웃는 귀종의 모습이 너무 이쁘다. 반한 것 같아.
그런데 이미 죽은 사람이지…
귀종은 기관술이 인간의 작곡을 완전히 대신할 순 없지만, 간단한 창작 정도는 가능하다 생각했는데
혀를 살짝 빼물고 있는 귀종의 모습이 너무 이쁘다. 이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귀종이 만든 기관 장치는 자동 오르골이 조금 더 발전해, 제한적인 창작도 가능한 정도의 악기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걸까?
가진낭시는 음악이란 영혼의 울림이니, 그 감성을 결코 기관 장치로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했지.
와, 저게 평 할머니의 옛 모습이야? 그런데 왜 지금은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습니까…
둘의 논쟁이 그치지 않아 난 제군을 모셔 왔고
미처 사진에 담기지 못했지만, 귀종과 가진낭시진군 사이에 찌릿찌릿 스파크가 튀더라.
볼을 살짝 부풀린 귀종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제군은 그걸 의전에 사용하겠다며 가져가셨지.
나만 이게 '너희 둘이 이걸로 서로 싸우니, 내가 가져가 더 이상 싸우지 못하게 하겠다. 가져간 김에 잘 쓸게'라는, 군대식 해결법으로 보이는 걸까?
그 후, 그 둘은 종종 산에 모여 음악과 기관술, 그리고 인간에 대한 대화를 나누곤 했다.
의견 차이는 있었어도, 서로 아주 친했던 모양이다.
후에 일어난 마신 전쟁 때문에 귀리 평원이 전화에 휩싸여 버렸지.
적을 막지 못한 귀종은 결국 명을 달리했고, 나와 가진이 도착했을 때, 폐허 속에는… 옛 친구의 유해만이 남아있었다네.
마신이 죽을 때에는 그 힘이 주변으로 일시에 방출된다고 한다.
그래서 마신 중 정말로 최약체였던 소금의 마신, 훌리야가 자신을 따르던 인간들에게 살해당했을 때조차, 주변에 흩뿌려진 그녀의 힘이 인근에 있던 모든 사람을 소금 조각상으로 만들었을 정도이다.
그러니, 그녀가 살해당하며 주변의 모든 걸 흙먼지로 되돌려 폐허로 만든 것일 수도 있겠다.
그 후 가진낭시는 제군께 척진령을 자신이 보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평 할머니가 갖고 있던 척진령은 원래 귀종이 만든 기관 장치였다는 거네.
친구의 유품이라 모락스에게 척진령을 달라고 했던 걸까?
나 역시 그리운 옛 친구의 뜻을 따라 「귀종기」를 조금 더 손봤지…
그러니까 「귀종기」의 원형은 귀종이 만든 「예호기관」이고, 류운차풍진군이 그걸 좀 더 다듬어 지금의 「귀종기」를 만들고 거기에 원설계자인 귀종의 이름을 붙인 거라고 보면 되는 걸까?
소등이 걸리고 내려지고, 사람이 모이고 흩어졌다네.
무얼 보고 있나? 귀리 평원인가?
산수를 보고 있었어.
와, 평 할머니는 이때는 목소리가 엄청 고왔구나…
인간이 등불처럼 사라지듯 선인 역시 그러하네.
저게 누구의 창인가 궁금해했는데, 아마 평 할머니(가진낭시진군)의 창이 아닐지 싶다.
일단 선인 중 창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건 모락스와 평 할머니, 소 셋밖에 없다.
모락스는 창을 쓴다고 하기보다, 모든 무기를 다 잘 쓴다고 봐야 하므로 제외한다.
이번 이야기에서 야차는 나오지 않았으므로, 소 역시 제외한다.
그러면 남는 건 평 할머니밖에 없다.
거기에 평 할머니를 사부로 둔 향릉의 대사 중에서 '사부의 창술'을 언급하는 대사가 있음을 생각해 보면, 저 창의 주인이 평 할머니라는 주장에 힘이 더 실리고 말이다.
언젠간 우리도 먼지가 되어 속세로 돌아가겠지.
아예 컷신에서 가진낭시진군과 평 할머니가 동일 인물임을 알려주고 있다.
왜 '먼지'와 '속세'를 언급했나 알아보니, 귀종은 '먼지의 마신(尘之魔神)'인데, 이 尘에는 '먼지'와 '속세'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아마 선인 역시 귀종이 그리했듯, 언젠가 죽어 사라질 것임을 말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