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 갓겜

게임을 시작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아니, 대충 한 달 하고도 절반 정도가 지났다.

환탑을 시작한 이유부터가 원신을 대체하기 위함이었기에,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원신과 환탑을 비교하게 되더라.


두 게임 모두 오픈 월드 게임이지만, 그것만 갖고 두 게임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원신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싱글 플레이 위주의 콘텐츠이다.

원신의 멀티 플레이 요소는 다인 모드, 친구 기능 정도가 끝이다.

플레이어가 돌아다니는 세계는 플레이어의 진행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며, 이 변화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개별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환탑은 게임 플레이에 있어 멀티 플레이가 상당한 축을 차지한다.

원신의 이벤트는 멀티 플레이 요소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환탑의 이벤트에는 멀티 플레이 요소가 반드시 포함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 대부분이 PVP의 양상을 띠기에, PVP를 극도로 기피하는 플레이어는 이벤트의 콘텐츠를 100% 즐기기 어려울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 세션을 여러 플레이어가 공유하며, 길을 돌아다니다 다른 플레이어를 발견할 수도 있다. 환탑은 친구 기능을 넘어 길드, 스승/제자 시스템 등 다양한 멀티 플레이 요소가 게임에 녹아들어 있다.

다만 한 세션을 여러 플레이어가 공유하는 특성 때문에, 플레이어의 진행도에 따라 세계가 극적으로 변화하지는 않는다. 플레이어별로 다른 모습이 있더라도 그건 매우 작은 부분에 한정한다.


환탑이 원신과 제일 다른 점을 꼽자면… 아마 버그가 아닐까. 환탑을 하며 마주한 버그가 한둘이 아니다.

위 사진만 해도 그렇다. 게임을 켜니, 전날 게임을 종료한 지점이 아닌, 그 아래의 바닥에 내 캐릭터가 서있다.

이곳은 수중도시이기 때문에, 내가 있는 곳이 분명 물속임에도 불구하고 내 캐릭터는 멀쩡히 서있다.

 

이러한 일은 자주 발생하는 모양인지, 만약 임무 지점에 갔음에도 임무 NPC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게임을 껐다 켜라는 해결책이 널리 퍼져있다.

그런 버그가 발생하는 이유도 웃긴데, NPC가 바닥 밑으로 꺼져서 그렇다고 한다. 실제로 목표 NPC의 위치를 찍어 보면, NPC가 한참 밑에 위치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내 캐릭터가 바닥을 뚫고 그 밑의 바닥에 서게 된 이유 역시, 내 캐릭터가 바닥 밑으로 꺼져서 그런 것이라 볼 수 있겠지.

동물 시체가 땅 위에 놓인 것이 아니라, 공중에 붕 떠있다.

이것 역시 NPC의 위치 오프셋이 잘못된 탓이다.

방금 말했던, NPC가 바닥으로 꺼지는 현상이다. 일부 NPC가 허리춤 밑이 바닥에 파묻혀 있다.


이외에도 환탑의 단점이 몇 더 있긴 하다.

  • 오역
    오역이라고 하기보다, 문체 문제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분명 한 인물이 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존댓말과 낮춤말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굉장히 잦다.
    큰 문맥에서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번역이 꽤 매끄러웠던 원신에 비하면 조금 아쉽다.
  • 난잡한 UI
    내가 원하는 메뉴에 진입하기 위해선 많은 적응이 필요하다.
    원신에서 자주 쓰이는 기능은 해당 기능에 대한 키보드 단축키를 제공하고 이를 설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환탑은 그렇지 않다. Alt 키 조합을 통한 키보드 단축키가 존재는 하지만, 어떤 단축키가 어떤 기능으로 연결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 PVP 강제
    이건 개인적인 이유로 단점으로 꼽았다.
    나처럼 PVP를 극도로 기피하는 사람은 각종 이벤트에서 필요한 포인트를 전부 모을 수 없거나, 매우 힘들다.
    다행히도 길드에 가입해 고인물들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내가 원할 때 매번 고인물들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뭐,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는 법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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